[책] 어느 수학자의 변명_드라마 멜랑꼴리아의 그 책

윗비어 2021. 11. 24. 15:25

드라마 멜랑꼴리아
첫회에 등장하는 책이 있다.
«어느 수학자의 변명»
수학자 하디(Godfrey Harold Hardy)가 말년에 쓴 에세이집이다.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초 학계를 누빈
수학자 하디는 말년에 이르자
수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창조력이 쇠퇴해감을 안타까워하며
회고록을 남긴다.
그 책의 제목이
A Mathematician's Apology
어느 수학자의 변명이다.



멜라꼴리아에 등장하는 어느 수학자의 변명


#1. 멜랑꼴리아 1회.
갓 이사를 마친 지윤수의 집.
쌓인 책 중 하나가 어느 수학자의 변명.
낡고 오래된 책을 애정이 담긴 손으로 쓸며
학교에 기증하리라 다짐한다.


#2. 따스한 햇살 아래
지윤수가 건넨 이 책을 읽는 백승유.


3회에 이도현이 읽고 유레카를 외치자
홀린 듯 도서관으로 가서 낼름 빌려다 읽었다.




어느 수학자의 변명, 설정의 차용


본 책은 1부터 숫자가 붙은 28개의 챕터와
노트(스물아홉번째 챕터의 제목)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판에는 서문 성격의 <책을 읽기 전에>로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77년생 하디와 87년생 라마누잔.
라마누잔이 보낸 논문을 보고 하디가 그를 발탁한다.
당연히 한국적 시각으로는 스승과 제자,
하지만 하디는 동료였다고 말한다.


지윤수와 백승유도 그런 관계가 아닐까.
수학교사가 재발견한 수학천재소년으로 비춰지지만
실은 수학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그들만의 용어로 속깊은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는
나를 알아봐주는 서로가.


참고로 caculus 단톡방의 지윤수 대화명이
'하디'다.
백승유가 즐겨입는 옷과 모자의 1729 역시
병문안을 온 하디가 타고온 택시 번호(1729)가 노잼이라고 투덜대자, 입원해 있던 라마누잔이 세제곱인 숫자의 합으로 되는 유잼 숫자라고 한다.(이게 웃음포인트였던 둘) (1729=1의세제곱+12의세제곱=9의세제곱+10의세제곱) 하하하…




수학은 아름다운 것


하디는 에세이 내내
수학은 아름다운 것이며 예술이라 말한다.


"수학은 아름다운 것이어야 하고
미술•음악•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최고의 수학은 아름다운 동시에 진지해야 한다"

"수학자란 아이디어의 패턴을 만드는 사람이며,
그 패턴에 대한 평가 기준은
아름다움과 진지함이어야 한다"

"창의적인 예술로서의 수학에만 관심이 있다"


아름다운 수학적 패턴의 사진을 찍는 백승유,
교실에 그림을 붙이는 지윤수,
미술관을 다니는 둘.

예술 같은 수학이라는 모호한 말을 구현해낸 멜랑꼴리아는 모든 장면에서 미학적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수학의 무해성


하디는 수학의 무해성을 주창한다.

"온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수학자는
수학에서 최고의 진통제를 찾아낼 수 있다"

에세이가 발간된 해는 1940년,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다음 해였다.
그의 눈에 응용수학이 저지른 전쟁의 포악함에 대비,
순수수학의 무해성이 더욱 두드러졌으리라.


온갖 비리와 뒷거래가 판을 치는
어른들의 사학 재단.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수학에 대한 사랑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교사 지윤수와
수학에 대한 열망에 목이 마른 어린 학생 백승유가
헤쳐나갈 이야기들이 뻔하지 않게 그려지길.




수학에 대한 애정의 끝판왕


하디와 지윤수.

먼저 하디의 말,

"수학은 관조적인 학문이 아니라 창조적인 학문이다"

"너무 늙은 사람은 수학이라는 피난처에 갈 수 없다"

다시 말해, 창조하는 능력과 욕구가 상실하면 끝인데 수학자의 경우 그 때가 특히 일찍 온다나.

수학을 너무 좋아했으나 탁월한 재능은 없었다고 고백하는 지윤수의 심정과 맞닿는 지점이 여기가 아닐까.


라마누잔 같은 백승유를 수학의 지극한 행복 속으로 이끌어주고 싶은 하디, 어른 지윤수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초반이 중•후반에도 무너지질 않고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