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너를 닮은 사람 - 정소현 소설집

윗비어 2021. 12. 14. 06:36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이 16회로 끝이 났다.
(비록 나는 6회를 보는 중이지만)

원작은 정소현 작가의 단편 소설 <너를 닮은 사람>

<가해자들>을 통해 작가 정소현을 알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중편소설이다. 아파트의 층간소음에 관한 이야기인데, 피해자를 자청하는 여자와 위•아래층 사람들의 관점을 오가며 각자의 입장을 말한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를 깊게 파고들어 그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을 낱낱이 파헤치는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 작가 정소현의 작품이 원작이라면 읽어 봐야지.




너를 닮은 사람, 드라마


책을 읽게 된 게 드라마 때문이라
드라마 얘기를 먼저 하자면,

고현정이 오랜만에 출연한다는둥
신현빈이 의사 가운과 안경을 벗었다는둥
떠들썩한 홍보에도 기대치가 높아지진 않았다.
큰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다.

내가 꽂힌 포인트는 온전히 작가.
이 극의 작가가 유보라라는 사실을 쏟아지는 기사 제목으로 접하고나니 손가락이 바빠졌다. KBS2 <비밀>과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쓰신 그분이 신작을 내셨다니 당장 찾아 보았다. 1회를 보는 내내 "원작을 보는 순간 휘몰아쳤다"는 말이 맴돌았다. 그 정도는 아니었기에. 짧은 길이의 단편에 이 모든 내용이 들어 있어 감탄했다는 말을 믿고 2회를 이어 봤고, 5회까지 보고 나니 도서관으로 뛰어가게 되었다. 어디까지가 소설의 내용일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했다.

너를 닮은 사람의 원작은 정소현 작가의 소설집에 실린 동명의 단편, <너를 닮은 사람>.

신기하게도 내가 본 데까지의 내용이 소설의 전부였다. 끝인 거다. 이제부터는 유보라 작가의 시간.




너를 닮은 사람, 소설


표지부터 강렬하다.
검은 배경에 옆으로 몸을 비틀고 앉은 여자의 상반신이 실렸는데 얼굴을 하얀 물감으로 문질러 놓았다.

주인공의 직업은 화가. 가난이 싫어 부잣집 아들과 결혼했다. 아들을 낳았지만 내내 동동 거리고 산다. 어린 자식을 유학까지 보내버리고 삶이 헛헛해진 순간, 독일어 수업을 듣게 되고 거기에서 젊은 미학도 클라인을 만난다. 클라인의 본명은 주인공과 같다. 젊음이 싱그러움이 부러웠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 건 그녀가 부러웠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끝이 난지 10년, 그녀가 다시 눈 앞에 나타났다.




너를 닮은 사람, 소설집


정소현 작가의 첫소설집 <실수하는 인간>이 표제작을 <너를 닮은 사람>으로 바꿔 달고 재출간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걸쳐 그녀가 발표한 단편 여덟 편이 담겨 있다.

뒤에 실린 작품해설에서 말하듯 작가는 '가족 로망스'를 다룬다. 상상 가능한 가족의 형태가 다 나온달까. 당연히 가족 간의 관계성도 다채롭고 그 틈으로 스며나오는 갈등도 각기 다르다. 예상치 못한 감정들이 일기보다 노골적이다. 십 년도 지난 소설들이 시간의 간극을 지니지 않아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며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혜자, 한지민, 남주혁 주연의 눈이 부시게가 연상이 되는 작품도 있고, 영화화해 황량함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작품도 있다. 사건들 못지 않게 잔혹한 인간성에 인류애가 소멸되기도 하고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8개의 작품 모두 고루 불편해 낯설고 흥미로운 독서였다.

이제 품위 있는 삶을 읽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