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다시 읽게 된 건 작년 초부터이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덕분에!
코로나 덕이라고 말하긴 싫지만,
나 같이 사람 없이는 못 살던 인간 앞에 코로나가
짜잔, 하고 나타나
안돼, 하고 사회적 교류를 가로막아
다시 책을 읽게 된 거니까,
뭐, 코로나 시국이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한 건 맞다.
어릴 때는 책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책만 보면 환장을 했다. 하나도 안 친했던 아이의 집에 디즈니 동화 시리즈가 있는 걸 보고 순전히 그 책을 더 읽으려 그 집에 다시 갔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확실하다.
환장했던 거.
책에서 손을 뗀 충격적인 사건이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천천히 멀어졌다. 멀어지는 과정은 매우 전형적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학교와 직장,
뭐, 그런 수순.
인생이 무난해서일까 살다가 책이 간절히 떠오른 적은 딱히 없었다. 그렇게 그럭저럭 살다가 전염병 창궐에 외출 삼가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슬쩍 책을 다시 폈을 뿐이다.
책은 여전히 좋았다.
서점도 도서관도 헌책방도,
새 책 냄새도 헌 책 냄새도 좋았다.
다만,
누구냐, 너
예전에 읽던 책들이 안 읽힌다는 게 문제였다.
어색함이 밀려들었다.
낯설었다.
대체 너 누구니?
대단히 어려운 책은 아니어도
초중고대를 거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은
얼추 다 읽어왔고
대학 때 전공 서적도
거뜬히 읽었다. 그런데,
읽던 책도 안 읽히고 소설도 에세이도 안 읽혔다.
대체 어쩜 좋니?
길은 책에 있나니
독서법 책코너로 갔다.
요즘 자기계발서가 잘 나온다더니
듣던대로 읽기 편한 편집에 요약 정리도 잘 되어있어 명약을 처방받은 듯 도움을 받았다.
결론:
다시 뛰려면 처음으로 돌아가 걷기부터 하시오.
작년 초부터 사부작사부작 걷기를 시작했다.
여전히 뛰지는 않고 있다. 무릎관절 보호 차원에서.
걷는 속도를 조금 올려나가는 중이다.
그러다 보면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어느새 가볍게 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겠지.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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