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적

잠 망한 날

윗비어 2022. 1. 19. 04:27

그럴 때가 있다.
잠든 지 두어 시간만에 깨는 때가.
대개는 뒤척이다 골아떨어지지만
가끔은 다시 잠에 들지 못하는 때가.

아, 망했다.

당일은 좀 힘들지만
대신 다음 날 잘 잘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어제도 그랬다.
딱 두 시간 잤는데 깼다.
그리곤 내내 깨어 있었다.

어제는 고의였다.


잠들 자격이 없는 밤이 있다.
니가 뭘 했다고 자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밤이.
그래서 커피를 마셔버리는 밤이.


육개월 전에도 비슷했다.
일 년 전에도 비슷했다.
안정적으로 일이 들어오지 않으므로
대비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움직여야 한다는 걸.

그럼에도 수수방관했다.
팔짱을 끼고 망해라, 그랬다.
남일은 되려 껴들면서
내 일에는 삐딱한 유치함은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이틀 연달아 밤에 커피를 마셨다.


오늘은 꼴랑 한 시간 자고
새벽이 가도록 이러고 있다.

잘 수 있을까.
자야 내일을 살 수 있다.

아,
내일을 뺏고 싶었구나.
어차피 망할 날이라.

내일은 내일 망치자.
하루에 한 날씩 망치자.
이제는 제발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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