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적

그래서 지금 읽어야 하는 책이

윗비어 2024. 11. 6. 23:28



작년에만 새롭게 좋아진 작가가 수십 명은 되는 것 같다. 책을 모두 사들일 돈도, 보관할 공간도 없는 신세라 도서관을 애용한다. 도서관의 신간 코너가 서점만큼 발 빠를 수는 없지만 나에겐 최선이다.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은 듯하다. 신간코너 경쟁이 제법 치열한 걸 보면.


전날 밤에 책이 있는 걸 확인하고 떨리는 마음을 안고 버스로 옆 동네까지 갔는데 몇 번이나 책을 놓쳤다. 출발하기 전에 확인을 하고도, 심지어 입구에서 확인을 하고도 놓쳤다. 누구보다 먼저 보고 싶었는데, 씁쓸해하며 예약을 걸었던 경험들이 이런 집착을 만들어 냈다.






집착



도서관에 가면 신간코너에서 책을 마구잡이로 집어든다. 한도 때문에 다 빌리지 못하면서. 그 사실을 알면서.


아쉬운 마음에 자리에 앉아 급히 읽어댄다. 대여 목록에 들이지 못한 미안함에 미련이 배가 된다. 그 순간에는 내방 책상에 잔뜩 쌓인 책들은 안중에도 없다. 폐관 시간이 다 될 즈음 도서관을 나선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참을 걷다 가방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질 무렵 비로소 떠오른다.


아, 집에 읽을 책 많은데...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무엇보다 돌아가 반납할 마음 자체가 없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대부분 고스란히 반납할 거면서. 자꾸 욕심만 늘어서 큰일이다.






욕심만 늘어서



그래서 지금 읽어야 하는 책이 몇 권이냐면,
하나, 둘, 셋, 넷,...... 하아...... 열 권이 넘는다.


다음 책을 읽고 싶어? 그럼 지금 그 책을 읽어. 지난주에 무엇보다 읽고 싶어 한 책이 이거였잖아.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심보가 이런 건가. 이참에 빌린 책은 무조건 읽고 반납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곧 반납인 책을 공개하자면,


아니다.
모든 걸 공개하면 틀림없이 발목 잡힐 거고
꼭 읽겠다 다짐한 책, 두 권만,


아니다.
무덤을 파지는 말자.






무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인(아닐 수도 있음) 중 누군가가 자신은 빌린 책을 다 읽지 않으면 안 빌린다고 했다. 일종의 페널티를 적용시켜 반납만 하고 쓸쓸히 돌아온다고.


같은 방법을 써 볼까?


너무 잔인하다 항변했지만 당분간만이라며 습관을 잡으면 금방 풀어줄 거라고 했다. 그래도 그건 너무 하다며 징징댔더니 그럼 대여 권수를 줄이겠다 했다. 동의했다.


물론 규칙을 세운 사람도 감독하는 사람도 그 규칙을 지키고 습관을 새로 들일 사람도 다 나다.


규칙은 세워졌다. 예상과 달라 재미가 없거나 난해해 종이가 안 넘어가는 책이 있어도 묵묵히, 꿋꿋이 다 읽어야 한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이다.









그래서 지금 읽어야 하는 책이 뭐냐면...








'긁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작 다섯 번째 쓰는 주제에  (0) 2024.11.11
오늘부터 작심삼주 오블완 시작!!  (3) 2024.11.07
잠 망한 날  (0) 2022.01.19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0) 2021.10.25
허리가 아프다  (0)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