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_시즌 1_1-12회 리뷰

윗비어 2022. 1. 29. 14:32

다 봤다. 공개 당일 다섯 시에 시작해서 다음 날 새벽 다섯 시까지 봤다. 12부작이라는 것도 뜨악인데 편 당 60분 전후의 길이라니. 호다닥 전열(커피 투 샷)을 재정비하고 살짝 흐린 눈을 해서 겨우 다 봤다. 고비가 참 많았다.


우리 지금 학교는, 사전지식 없이


거의 없었다.
그냥
넷플에서 하는 좀비물인데 청불이래.
거기에
웹툰이 원작인데 배경이 고등학교래.

재밌을 것 같아서 굳이 티저도 거르는 수고로움을 감수했다. 그래서 재밌었냐고?


먼저,


우리 지금 학교는, 왜 청불이냐면


고등학생들이 나오는데 청불인 건 단연 잔혹한 폭력신때문이다. 좀비가 창자를 뜯어먹으니까. 미친 눈깔로 피범벅이 되어 창자를 아그작아그작 씹거든. 목마른 좀비는 목을 공략, 배고픈 좀비는 배를 공략. 당연한 듯 희한하지.
그외 소재나 특정 장면들도 보기에 역하다. 왕따부터 학교 폭력, 특히 나체 동영상 촬영 후 살포 협박.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에 폭행, 살해 등등.
시각적인 것도 그렇지만 담고 있는 메세지도 지극히 반 사회적이다. 최근 몇 년간 학습된 어른과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내재한 아이들은 이를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희망을 가지려는 아이들보다 체념하고 각자도생을 택하는 아이들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보는 내내 입이 썼다.


다시 드라마 내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우리 지금 학교는, 비루한 전형성


학원물이 너무 흔하다 보니
공중파 케이블 웹드 웹툰에 이어 ott까지 진출했다.
당찬 출사표에 기대치를 잔뜩 올리고 봤는데,
대단히 신선한 캐릭터도 설정도 없이 오히려 전형성만 난무한다.

바꿔 말하면,
불편한 진행을 위해 쉽고 익숙한 요소를 대거 투입했다고 볼 수 있다. 부산행처럼 말이다. 결국 뻔한 인물과 관계들의 총집합체에 좀비물이라는 형식을 끌어들여 극한의 상황에 놓인 학교 안 아이들의 다큐를 보겠다는 거였다.
자, 이 말도 안 되는 (좀비 바이러스 창궐)상황에서 너는 전형성을 유지할 수 있겠니? 혹 그게 아니라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무너뜨릴 거니?
그리고 극한의 상황에서 넌 어떤 선택을 할 거니?


지금 우리 학교는, 올드한 연출력


첫 장면,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손목을 긋고 다까발린 후 전학까지 간 아이를 일진 패거리가 상가 옥상에서 집단 린치를 가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1회 중반의 나체 동영상 촬영 씬을 버텨냈다면, 그 뒤로 사태가 발생하고도 아직 고루한 태도를 유지하는 학교 관계자와 정부부처 관계자 등의 안일한 행태를 이겨냈다면, 중간부터는 좀 볼만 하다. 아이들의 본격 각성 후 원팀이 되는 과정에 과정을 겪고 좀비떼와 제대로 붙어보려 용을 쓰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물론 꺼버리고 싶은 고비는 많다. 짜증나게 하는 요소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급식실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악한 본성,
옥상팀의 유약함과 답답함.
간혹 우리의 화장실팀이 웃겨 주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교실팀의 팀원들이 돌아가며 다양하게 혈압을 올린다.

이를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부산행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을 선뜻 받아들이고
너네 부산행 봤지? 우리 이제 마동석 되는 거야, 콜!
이렇게 되는 남주 둘이 더 이상하다. 멋들어진 발차기와 야마카시(파쿠르)를 하는 듯 날아다니는.
고민하고 망설이고 울부짖고 멍해지는 다른 아이들이 더 이해가 된다. 이해 여부와는 별개로 짜증은 난다.

대부분의 배역이 짜증 유발을 최소 한 번씩은 한다.
큰 소리 내면 좀비가 오는데 알고도 소리 내기
절체절명의 순간 뒤를 돌아보거나 망설이며 시간 끌기
주요인물들의 클로즈업을 돕느라 좀비들이 본능에 충실하지 않기
당연한 듯 나오는 신파신파신파 (가족은 건드리지 말랬지)

창자까지 뜯어 먹고 선생들 목을 땄으면 현실감을 더 얹었어야 한다. 선택적인 거 촌스럽다. 이거 전적으로 연출이 구리다는 뜻이다.

카메라는 좋다. 무수한 추격신, 거의 회마다 나오는 신파, 거기에 멜로도 티스푼으로 한둘 정도는 들어가는데 화면적으로 지루함이 없다. 드론과 헬기신 등 공중신도 많은데 깔끔하고 좀비들한테서 도망가는 씬들은 현란한 카메라 워킹으로 씬을 쫄깃하게 만든다. 결국 연출이 문제라는 말을 반복하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매우 좋다. 웃고 울고 화내고 공포에 질리고. 말해 뭐해.
무엇보다 단체로 액션 스쿨 다녔나 싶게 정말 잘 달리고 잘 뛰고 잘 때리고 잘 죽는다. 단벌의 처참한 몰골로 먹지도 제대로 자지도 씻지도 못하며 며칠을 전투만 하느라 11회쯤 되면 애들이 바싹 늙어 있을 정도다. 그리고 좀비들. 좀비들의 코어는 감탄을 부른다.


지금 우리 학교는, 마무리


한 어른이 저지른 잘못에 다른 수많은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아이들을 모조리 죽게 한다. 이 어처구니 없고 참담한 참사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무책임하게 방조해 놓고는 이제 이를 이용하려는 어른들 천지다. 자기 가족은 살갑게 챙기며 남아서 책임지려 하지 않은 채 대량 살상 후 회피해버리는 군고위직의 모습은 이 시대의 추악한 면모를 복붙해 토가 나올 것 같다.

서로를 때리고 밀치고 배반하고 죽이면서 전투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그들이 얻은 배움을 기반으로 이제 곧 어른이 되는 아이들. 미래가 암담한 이유이고 현재가 안타까운 이유이다.

드라마는 그래도 너네 진정한 친구 만들었잖아,와 같은 같잖은 소리를 한다. 전우와 친구가 구분이 안 되는 시대를 살아온 어른이 만든 작품이기에 가능한 결말이 아닐까. 아이들은 여전히 전투를 벌이는 중이다. 어른들이 싼 똥통에서.


아, 그래서,
이런 소리 할 거면서 왜 봤냐고?
하나, 뒷 얘기가 궁금해서
둘, 애들이 너무 불쌍해서
셋, 이렇게 투덜대고 싶어서

순전히 이럴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