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렸다.
작가이자 변호사라는 이력이 또 있을 줄이야. 작가로 먼저 데뷔한 뒤 변호사가 된 사람을 살면서 두 명이나 보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건 정소연 작가였다. 그럼 정지우 작가는 또 누구람. 이렇게 헷갈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당연히 책을 한 권도 읽어본 게 없기 때문이다. 정소연 정지우 둘 다.
특이한 이력에 인터뷰 기사 정도로 알고 있을 테다. 뭐, 유튜브나 팟캐스트, 혹은 블로그 글을 봤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주제이자 결론은 제목이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그러니 우리 이제 조금 가볍게 일상적으로 꾸준히 써 보는 게 어때?
쓰는 법을 말하는 1부와 쓰는 이유를 말하는 2부는 잘 안 읽혔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도 밝혔듯 정답이 없는 글쓰기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물 위의 기름처럼 둥둥 떠 있어 걷어내고 읽느라 조금 거슬렸다.
3,4부는 달랐다. 쓰는 생활과 쓰는 고통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래서 김민섭 작가가 글 잘 쓴다고 단단한 글이라고 했구나 싶었다.
글쓰기를 "백지와 가장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일"로 표현한 것에 무릎을 탁 쳤다. 백지와 나누는 대화라니.
계속 써 갈 것이라는 그는 "나는 모든 시절을 수집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그래, 이거였다.
살기 위해 글을 쓴다는 정지우 작가는 글쓰기에 '연결'이라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혼자 살 수 없음을 고백하며 동시에 통념과 싸우기를 주장한다. "요즘도 나는 살기 위해 글을 쓴다. 어느 하루를 억누르는 내면과 외면의 모든 억압에 대하여."라며.
이 순간에도 정지우 작가는 쓰고 있을 것 같다. 다른 누군가도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은 선으로 연결됨을 느끼며 나도 이렇게 써 내려가고 있다.
나는
살기 위해 쓴 적은 없지만
쓰는 동안은 살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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