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는 유희다. 시적 유희.
2부에서 시작된 현실 비판은 3부에 이르러 폭발한다.
4부 시작과 동시에 가능주의자를 자처하는 간극에 순간 오잉, 했지만 너무 바닥으로 박아버린 우리를 희망이 닿을 수면까지 끌어올리려 애쓴다. 물론 마지막은 헤어짐으로 끝을 맺지만.
<예술의 주름들>에서처럼 나희덕은
나의 입장과 너의 입장을 두루 살피고
양극단 사이에 서서 양 끝을 두루 살피고
그럼에도 눈치 보지 않고 주눅 들지 않고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을 한다.
시가 주는 불편함이 있다.
사회 문제나 재난을 다뤄서가 아니다.
오병이어나 예수 같은 단어도 아니다.
소크라테스를 운운하고 울프를 선망해서도 아니다.
나조차 몰랐던 내 감정을 끌어내어 글로 써 버릴 때다.
타인이 나보다 내 감정을 정확히 안다는 점에 불편함을 느낀다. 동시에 고마움을 느낀다. 언어가 생긴 느낌이 든다.
예쁜 말만 나열하고 자연을 찬양하고 자기 비관을 일삼는 것이 시라고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새는 그런 글을 에세이라 부르고 싶지만 그 또한 착각일 수 있으니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려 한다.
무슨 말이냐면, 많이 읽자는 말이다. 장르 불문하고 책을 읽고 영화와 드라마, 공연, 전시를 보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넘쳐나는 컨텐츠는 우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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