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스펜서

윗비어 2022. 3. 17. 22:54

다이애나 비.
크리스틴 스튜어트.
각종 영화제 여우주연상 20여회 수상.
그리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업드려 있는
처연한 뒷모습의 포스터.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내가 스펜서에 대해 알고 있던 전부였다.



<스펜서>라는 제목

기억이 모호했으나
다이애나가 결혼하기 전 성이 스펜서였던 것 같았고
그 예상이 맞았다.

그녀가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건 아니다.
엄마라는 정체성은 소중했으므로.
그럼에도
결혼 전 성이었던 스펜서가 제목이고
이 영화의 맨 마지막 대사이기도 한 까닭은
왕실의 일원이 아닌
개인이고 싶어하는
그녀의 염원을 표출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일 거다.

 

 

A Fable from a True Tragedy

실제 비극을 바탕으로 한 지어낸 이야기.

 

그녀의 삶은 비극이었다.
매 순간이 슬픔은 아니었겠으나
많은 순간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꽤 알고 있다.

다이애나 비는 소위 셀럽이었고

결혼식과 웨딩 드레스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지구 반대편 작은 나라의

아침 신문에 매번 실릴 정도였으니.

 

남편 찰스의 결혼 전부터 시작된

기나긴 외도로

그녀의 엉망이던 결혼을 끝내고

왕실에서 탈출하며

자유를 찾을 것만 같았으나

내내 파파라치에 시달리다

허망하게 삶의 마감한다. 

 

이 모든 것을 알고도

영화가 즐거울 수 없었다.

 

 

 

줄거리, 배우, 음악

줄거리는 간단하다.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3일간 별장에서

왕실 사람들과 지내야 하는 다이애나는

이미 한계치에 다달아 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원래의 자신을 찾아 떠난다.

 

주연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영화 내내 긴장하고 토하고

억지 웃음을 짓다 또 토한다.

숨을 몰아쉰 채 어깨는 굳어 있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안절부절 못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결혼이었다.

 

남편의 외도

끊없는 파파라치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려는 듯

영화 음악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고조된 채 끽끽 대기 일쑤다.

 

매기가 말했듯

Love, shocks, laughter... bloody a lot.

그리고 편지에 적힌

I am not the only one that loves you.

 

마음을 단단히 먹고 

깡마른 몸으로 신나게 달릴 때는

올림픽에서 우리 편 응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왕족과 결혼하는 건 극히 드물지만

그녀가 새로운 가족 틈바구니에서 느끼는

불협화음을 우리도 안다.

가정, 직장, 공동체 등

우리가 소속된 어느 곳에서든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므로. 

 

다이애나가 꿈꿨을

소박하고 다정한 삶이 필요한 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두 아들과 부르던 노래처럼

All I need is a miracle, all I need is you.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 한 사람이 아닐까.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으로

잠시나마 지을 수 있었던

다이애나의 미소가

슬픈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