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뜨거운 피>의 피는 안 뜨겁다.
감독을 맡은 천명관은 좋아하던 소설가였다. <고래>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고령화가족>과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연달아 재미있게 읽었다. 독특한 설정과 등장 인물이 천명관의 장점이라고 여겼다.
그러니 <뜨거운 피>가 미적지근할 수밖에.
일부러 그랬다면 믿겠다.
조폭 영화의 온갖 전형성을 주인공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이 의도된 것이라면.
그렇다면 이 장르 영화를 가르칠 때 클리셰 부분 관련 교재로 써도 될 듯하다.
주인공은 클리셰의 현신이므로
말과 행동이 뻔하다.
음, 의리.
음, 우정.
음, 순정.
음, 고뇌.
음, 복수.
다만,
<뜨거운 피>는
주인공 정우 캐릭터만 제하면 다들 나름 신선하다.
같은 시설 출신 죽마고우 철진(지승현)은 철저한 이기주의자고,
김갑수가 맡아 의심 또 의심하게 되는 손영감은 자상한 데다가 유일한 핏줄인 조카보다 정우를 아끼고,
응팔과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나온 최무성은 악마를 보았다의 비주얼로 무정도시에서처럼 아리송하고,
이홍내는 경이로운 소문 때 비주얼로 구경이 때처럼 (알고 보면) 귀엽고,
포스 넘치는 정영주는 아무 존재감 없고,
이를 깨닫고 보니 영화가 흥미로웠다. 뻥이다.
이를 깨닫고는 화가 좀 가라앉았을 뿐이다.
전형성이 묘하게 깨지고 어긋나는 주변 인물과 상황 설정은 2022년스러운 척이라도 하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홀로 1993년을 억척스럽게 연기한다. 연출 의도가 궁금하다. 뻥이다. 궁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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