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타령을 한 게 장장 오개월이다.
지긋지긋하단 말이 지긋지긋할 지경이다.
허나,
이제 누가 뭐래도 여름은 갔다.

온종일 추적추적 내린 가을비에
긴 옷을 꺼내어 입었다.
나프탈렌 냄새가 풀풀 나는데
꽃 향기보다 반가웠다.
쭈글한 옷을 입고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예쁜 꽃을 구경하다가
낯익은(낯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냄새에
발밑을 보니
익숙한 비주얼이 펼쳐져 있었다.
평소라면 밉디 미울 은행열매의 짜부라진 모양새마저
운치있다.



산책 중간에
새로 생긴(내 입장에선 처음 가는 거니까)
작은 카페에 들러
오미자차(디카페인 커피가 없어 고른 거지만)
따듯하게 즐기고는

마지막으로 높은 곳에 올라
구름 가득한 하늘도 예쁘고
가을색을 준비하는 나무들도 예뻐
착해져서 돌아왔다.

(착해진 티가 좀 나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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