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다시 읽게 된 건 작년 초부터이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덕분에! 코로나 덕이라고 말하긴 싫지만, 나 같이 사람 없이는 못 살던 인간 앞에 코로나가 짜잔, 하고 나타나 안돼, 하고 사회적 교류를 가로막아 다시 책을 읽게 된 거니까, 뭐, 코로나 시국이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한 건 맞다. 어릴 때는 책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책만 보면 환장을 했다. 하나도 안 친했던 아이의 집에 디즈니 동화 시리즈가 있는 걸 보고 순전히 그 책을 더 읽으려 그 집에 다시 갔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확실하다. 환장했던 거. 책에서 손을 뗀 충격적인 사건이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천천히 멀어졌다. 멀어지는 과정은 매우 전형적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학교와 직장, 뭐, 그런 수순. 인생이 무난해서일까 ..